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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떠날 그 날을 위해>

머지않아 떠날 그 날을 위해----홍윤숙


내가 지상을 마지막 떠나는 날은
꽃 피는 춘삼월 어느 아침이거나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물들어 불타오르는
가을 햇빛 속이면 좋겠다.

머리맡에 사랑하는 가족들 둘러앉고
부엌에선 한 생애 손때 묻은 놋 주전자

달달달~
물 끓는 소리 들리고

그레고리안 성가 한 소절 잔잔히 흐르는 향불
사이사이 슬로~비디오로 돌아가는 한 생애 필름

간간이 끊어지는 흰 벽지 위의 예수님 고상 바라보며
스르르 문풍지에 바람 자듯 잠들면 좋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묵주 알 손에 쥐고
성모 송 외우다

창호지에 저녁 햇살 지워지듯 그렇게 고요히
지워지면 좋겠다.

예수님이 보내신 천사의 손을 잡고
어둡고 긴 묘지의 터널을 지나

먼 산과 들을 건너
비로소 열리는 광활한 빛의 나라

애증도 이별도 생사고락도 다시는 없는 나라
주님 홀로 지키시는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세상의 덧없는 것들
부귀영화 허영 따위 허물처럼 벗어 놓고

영원히 불변하는 혼 하나로
아버지의 집으로 가야한다.

한 생애 무거운 빛 죽음으로 청산하면
새로 떠날 영원의 나그네길 가벼우리라

그 길 함께 동행 하실 분이 계시니
더욱 천상의 여로는 따뜻하리라

머지않아 떠날 천국의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나의 지상의 삶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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