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감탄------안셀름 그륀
친한 친구는 동일한 것에 대해
함께 침묵할 수 있는 그러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대화가 우정에 속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상대의 비밀을 접촉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욱 더 가까워진다.
우리는 할 말과 안 할 말을 고르느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다 해도 된다.
하지만 침묵 역시 우정에 속한다.
대화에 열중하다 보면
종종 침묵과 맞물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엉망으로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새롭게 하나가 된다.
서두에 인용한 문장은 또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친구들이란 동일한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무엇에 대해 침묵하란 말인가?
침묵은 간단히 말해 정적일 뿐인데.
침묵에는 아무런 주제도 없다.
동일한 것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이
다툼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피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침묵이란
기껏 피하기의 전략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동일한 것에 대해 침묵하기’란
함께 무엇인가를 침묵하며 즐기기,
예를 들면, 일몰이나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
그리고 그림 같은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등산을 하다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면 침묵하고 함께 감탄한다.
그들은 침묵하면서
자연의 파노라마를 감상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침묵의 감탄을 허용한다.
그들은 말을 함으로써 창조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을 감동시킨
자연을 내면으로 밀어 넣기 위해 ‘함께’ 침묵한다.
그런 후 언젠가는 이때의 체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러나 심오한 경험을 말로써 분석하고자 하는 대신,
침묵하면서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우정에 속한다.
친구는 상대가 비밀을 갖도록 허락한다.
친구는 상대를 위해 고요의 공간을 열어 준다.
친구가 나에게 마련해 주는 고요는,
외로움 속에서 인지하는 침묵과는 다른 품질을 지닌다. ‘
함께하는 고요’는 우리를 연결해 주고,
우리를 존재의 비밀로, 하느님의 비밀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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