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도---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이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 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만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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