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로울 땐------이해인 수녀님
너는 네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하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대화를 시작해도
소통이 안 되는 벽을 느낄 때
꼭 나누고 싶어서
어떤 감동적인 이야길
옆 사람에게 전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나는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데
가장 가까운 이들이
그것도 못 참느냐는 눈길로
나를 무심히 바라볼 때
내가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며
화해의 악수를 청해도
지금은 아니라면서
악수를 거절할 때
누군가 나를 험담한 말이
돌고 돌아서
나에게 도착했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롭다
쓸쓸하고 쓸쓸해서
하늘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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