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말🎑
내 머릿속의 단어들이
비듬처럼 떨어진다
세 살 때 배운 말들이 너무
낡고 닳아서 이제는
가루가 되었나 보다
그런 아침에는 머릴 감는다
머리카락에 송진처럼 묻어 있는
끈적끈적 낱말들을 씻기 위해서
어젯밤 텔리비젼 광고에서 본
향기가 숲 속 같다는 순수한 샴푸
말갛게 행굴 컨디셔너도 사다
머리를 감아야겠다
시험 전날 졸면서 외우던 낱말
여드름 자국처럼 지워지지 않는 청춘의 말
지금은 없는 실크로드의 이상한 도시 이름들
옛날 전화번호와
지워진 본적지 주소도
열세 자리 주민등록번호도
샴푸의 거품으로 다 씻어버리자
그러나 아니 된다
내 앞 이빨 근지럽게 하던 몇 마디 말
최초로 배운 내 모국어의 모음과 자음
이 말만은 안 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맘마 지지
-이어령『어느 무신론자의 기도』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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