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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초록비

 

누이의 얼굴처럼 희고 고운 아카시아꽃들이
곱게 진 자리를 밤꽃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유월의 숲에는 개구리 군복 빛깔들이 지천으로 깔리고
이름 모를 노랑꽃이 어린 누이처럼 올망졸망
발 아래 피어나 웃고 있습니다.

유월의 숲에서 초록바람으로 서성이는 군화 아들도 만나고,
이미 스쳐 지나간 봄날의 기억과도 만납니다.
한때 화사했던 꽃들이 진 자리를 서성이며
꽃도 한때라고 중얼거려 봅니다.
바람 따라 꽃이 지고 나니 진달래였는지
산철쭉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지난 봄날은 무성한 초록으로 물들어
나뭇잎 사이에 살짝 묻혀 있을 뿐입니다.

나무들은 그래요. 유난스레 손을 흔들지도 않고
반갑다고 얼굴을 내세우지도 않아요. 봄에 잠깐 꽃 필 때
나 산벚꽃, 너 붉은병꽃…하며 배시시 웃다가
봄비에 꽃 지고 나면 미련 없이 초록으로 돌아가
바람 따라 흔들리는 숲의 손이 되고
무뚝뚝한 숲의 다리가 되어 무심히 서 있을 뿐입니다.

봄꽃 한때, 그 잠깐의 눈부심으로
그것으로 그만 되었다는 듯이
여름에는 어슷비슷한 초록이다가
가을 오면 단풍으로 물들어 겨울을 준비하고
겨울 오면 욕심 없는 빈 손 훨훨 흔들며
묵묵히 바람과 친구 할 뿐이지요.

유월의 숲, 초록 잎새 끝에
송알송알 쏟아지는 소나기 맞으며
마음에 맺히는 그리움을 닦다가,
한 걸음 천천히 인생을 배우기도 합니다.
사는 거 다 그렇지요.
봄꽃 한 때이 듯
눈부신 청춘도 잠시 잠깐 지나가고
한여름 초록으로 무성해지다가
가을 준비하고, 겨울 맞이하는 거지요.
다만 그런 거지요.

노은의 ‘이병 엄마의 편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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