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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 🎑가을은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시간 앞에 말없이 무릎을 꿇는 11월, 
달 밝은 가을밤 창가에 서면 근원을 모르는 그리움이
목까지 차오른다. 사방에서 영혼이 앓는 소리가 들린다. 
길가에 연약한 몸을 애처로이 휩쓸리며
가녀린 손짓을 코스모스 행렬, 
무리 지어 처연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들국화의 애잔한 미소, 
붉게 물든 빨간 단풍잎, 
북풍에 황금빛을 더해 가는 노란 은행잎, 
청명한 하늘에 낮게 낮게 날다가 꽃잎에
살포시 내려앉아 휴식을 취하는 빨간 고추잠자리, 
풀벌레들의 합창들이 이제 막 자리를 떠났다.

누군가가 말했다.
"가을은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이루지 못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내년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볼만 한 완벽한 시간이다."라고. 

계속 반복되는 계절 중 누군가가 
12월을 일 년의 끝으로 설정해 놓았다. 
모든 자연이 마치 죽음을 맞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아무튼 우리는 이제 종점인 겨울을 향해 치닫고 있다. 

물빛은 가을빛에서 겨울 빛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쿵' 하고 가슴을 친다. 
불과 일주일 전에 가을을 찬양하며 들었던 윤도현 씨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점점 낯설어지고
조용필 씨의 '그 겨울의 찻집'이 가슴을 파고든다. 

못내 아쉬워 다홍빛 여운을 남기고
파란 하늘을 지우며 바람처럼 허무하게 사라진다. 
이제 눈부신 봄과 화려했던 여름의 기억, 
붉은 단풍의 진한 감동을 훌훌 털어낸다. 
다시 무채색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낙엽을 떨구고 옷을 벗는 나무, 
벌거벗은 나약한 그 몸으로 겨울을 견뎌내는
단단한 나무로 돌아간다. 
눈부신 봄과 화려했던 여름의 기억을 훌훌 털어내고
가을과 겨울의 아름다운 경계에서
모호하게 겹치는 그 비밀의 통로로 들어가야 한다.
 
<김정한> -길 위의 인생 수업-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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