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우리가 굳게 믿었던 것들은 눈물이었고
강물이었고 이파리였을 뿐
사랑은 믿을 것이 못 되어라
오래 사용한 탓으로 꺾인 무릎 뼈가 서걱대듯
우리 사랑은 서걱대고
이렇게 펼치려다가 저렇게 펼쳐져버리는
아트지에 그린 서툰 초벌 그림 같았지
내년 봄에는 새 두릅을 심어야지
가시가 다문다문한 가지 끝에
봄춘(春)자 붙여주면 파랗고 탐스런 싹이 올라
풍경이 되고 입맛도 되는 풋 계절을 만지며
누군가 우리들 곁을 떠나고
지금도 우리 곁을 떠나려 하여도
갔다가 다시 오는 봄 속에 살아야지. ..
<이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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