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있음은>

우리 있음은 --안희선

길가에 나뒹구는 돌 하나
바람결에 나부끼는 풀 한 포기라도,
 
무한한 사랑으로 포용(包容)하는 한 마음 있어
우린 살아가는지 모른다.
 
흔들리는 삶으로 지친 마음 부여잡고
하루를 힘겹게 마감하더라도
 
언제나 감싸오는 따뜻한 영혼의 속삼임이 있어,
내일 향한 물기어린 눈길 머금고
 
우린 애써 매일밤 웅크리며
짐들 수 있는지 모른다.
 
절망 같은 깊은 고독에도
한 가닥 님의 입김 그리워하며
 
차라리 잊고 싶은 외로움 속에서도
밤하늘 가득차 흐르는
 
항상(恒常)한 그 고른 숨결 있어,
우린 힘겹게 나마 호흡하는지 모른다.
 
햇님과 달님이 고르게 빛 뿌리듯
그 손길 하염없는 어루만짐이 있어
 
우린 이따금 눈물도 흘리고 웃음도 웃어가며
슬픈듯, 기쁜듯
 
이 세상 그렇게 홀현(忽顯) 한 모습으로
자리하는지 모른다.
 
사랑과 미움 그리고 행복과 고통이
모두 함께한 시.공간 속에서
우리 모두 제각기 깊은 사연 남기며,
 
하나 하나 인생이란 이름으로 매듭지어져
자리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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