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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재미>

사는 재미 ------- 우당 / 김지향

내가 사는 단층집 안마당 한 귀퉁이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반들반들 해꼬리와 어울려 앉아 있었다

그 장독 속에 손을 넣어 공통성을 뽑아내는 나는
간장.고추장.열무김치.파김치 쪽으로 후각을 열고
여자임을 느끼는 참맛을 맛보고 있었다

세상 번뇌를 젖히고 하얀 속살 일부를 드러낸 접시들이
잇달아 손끝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옆에서 끓고 있는 남비 속의 도.레.미
아이들의 장난감 피아노 음계와 마주치는 쪽으로
청각을 열고 여자임을 느끼는 참 맛을 맛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사는 단층집 대청 위에 앉아
오색 물감을 짓이기고 있는 작고
큰 키의 꽃분들이 짝 눈을 깜박이고 있을 때
그 속에 눈을 넣어 나는 집의 평화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일제히 빛 속에 나와
인사하는 벽걸이의 순수와 만나는 쪽으로 시각을 열고
여자임을 느끼는 참맛을 맛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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