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 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 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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