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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나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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